개복치와 함께하는 윤하 <GROWTH THEORY> 앨범 리뷰
끝...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
2004년 9월 1일. 한 소녀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소녀는 자라서 스무살을 맞이했고, 성년을 맞이한 소녀는 우리에게 선물을 준비했다.
<GROWTH THEORY> : 끝...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
홀릭스라면 알겠지만 이 앨범은 <END THEORY>의 후속작으로 THEORY 시리즈의 두 번째 앨범이다.
<END THEORY>에서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통해 이방인이었던 소녀가 지구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GROWTH THEORY>는 소녀가 지구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앨범의 발매가 가까워졌을 때 매일 자정에 떡밥이 나오기만을 아기다리 고기다렸다.
근데 복치요? 복?치? 윤하 덕분에 해양생물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게 되고 덕질이 이렇게 유익할 수가 없다. 나는 윤하가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한 덕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덕질이 이렇게 유익한 것이었다면 진작 할 걸 그랬다!! 윤하를 몰랐던 내 인생의 17/18은 손해본 것이었다구!!
하라메가 나온 순간...
윤하가 열심히 준비한 걸작을 선물로 받고 후기를 쓰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족한 나의 문장력을 동원참치(@tuna_holic)하여! 비록 벼락치기지만 최대한 열심히 써보겠다. (생색 맞음~)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라고 하면 소름 돋았던 기억밖에 없기에... 수백 번 들으면서 생긴 나의 생각에 대해서 적도록 하겠다.
01. 맹그로브
하늘과 땅이 된 거창한 이유는 없을테니
하라메에서 부터 기선 제압을 제대로 해버린 곡이다!
아이 참~ 초반부터 이렇게 기선 제압하는건 반칙이지~
이 곡은 6년 230일을 잇는 친환경 곡으로 듣기만 하면 주변의 온도가 1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고음이 너무 시원해서...)
너와 내가 연결돼 있잖아
조금도 두려울 것 없다
모든 길이 이어져 왔잖아
한치도 망설일 것 없다
정말... 홀릭스와 윤하가 연결돼 있으니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다!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면
만물의 생은 정해져 있을까
당연한 질문이야
묻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 없을테니
시작과 끝이 이어져있다고 한 부분은 윤회를 의미한 것이고, 만물의 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말하는 듯 하다.
윤하의 노래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질문들이 많이 나온다.
'별의 조각'에서는 던질수록 커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했고, '맹그로브'에서는 질문하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참으로 우리의 인생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무지개는 먹을 수 있어요?'와 같은 호기심 어린 엉뚱한 질문에서 부터, '이토록 모자란 난 어떤 쓸모일까?'하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는 진지한 질문까지.
질문들의 시작과 끝이 이어져 우리의 인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02. 죽음의 나선
죽음의 나선이란 개미들이 서로의 페로몬을 쫒아가다가 원으로 빙빙 돌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탈진하여 죽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길을 따라가다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멈추지 마 더 생각해
생각하면 돼
진실과 정의를 구분해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계속 스스로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 질문하고 죽음의 나선에 있다면,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죽음의 나선을 끊어낼 때는 내가 정해
죽음의 나선을 끊어내는 것은 결국 나니까.
03. 케이프 혼
이것 하난 변함없어
후회하고 부서져도 내가 선택해
케이프 혼은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곶으로 강풍과 큰 파도, 빠른 해류와 유빙 때문에 극히 위험하여 선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다른 누구와 비교해
나로 태어난 우연과 그 이유
알 수 없어도 난 찾을 거야
높은 너울 위
수평선 뒤
내가 18년을 살아보니 인생이라는게 잔잔할 때도 있지만 마치 케이프 혼처럼 험할 때가 있다.
그런 거친 바다를 헤쳐서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Attention!
닻을 올려라, 여기서 떠나 갈 채비를 하자
Back off
돛을 올려라, 바람을 등지고 앞으로 가자
Attention!
닻을 올려라, 심장을 달려서 내일로 가자
Back off
돛을 올려라, 멈추지 않게
소녀의 여정이 부디 안전하기를 기도한다.
04. 은화
함께 한다면 내내 강해지지
둘이 하나보다는 훨씬 더 세니까
한밤중에도 달빛을 받아
은화한 우리는 다음 차례로 가
연어가 바다로 나아가기 전에 꼭 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은화이다. 은화한 연어는 바다에서 생활하는데 적합하도록 온 몸이 은빛 드레스를 입은 것처럼 바뀐다.
햇살에 은빛 드레스도 반짝이니까
은화는 연어가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성장의 과정인 것이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성장 즉 은화한 다음 차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 차례에 만나게 될 바다는 잔잔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케이프 혼과 같이 거친 곳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나에게 적용해 보니 성인이 되기 몇 개월 전, 서서히 은화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다음 차례에 있을 나의 바다는 잔잔할 수도 거칠 수도 있지만 거친 바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은화하기를 멈추기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05. 로켓방정식의 저주
사실은 알아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차근차근 외에 다른 건
허상이나 다름없잖아
로켓방정식의 저주란, 발사체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연료를 많이 실을수록 발사체의 무게가 증가하게 되어 연료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는 딜레마적인 상황을 말한다.
사람들이 말을 걸 때
찰나의 날 포기 못해
이쪽 길이 더 빠른데
바보처럼 돌아간대
스윙바이(Swing-by) 라는 우주 항해 기술이 있다. 스윙바이란, 적은 동력으로 더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방법으로 천체의 중력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스윙바이를 통해 중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천체 가까이로 다가가야 하며, 천체 주위를 회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시간과 연료를 낭비하며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추진력을 얻어 더 멀리 나아갈 힘을 얻게되는 것이다.
로켓방정식의 저주를 이겨내고 우주선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잠시 돌아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주비행사가 스윙바이라는 우주 항해 기술을 그저 아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중력의 도움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적절한 각도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노력도 없이 쉽게 얻는 것은 소중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아무도 정답을 줄 수 없는 미래로의 여정의 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노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모두 잠든
무지개 위를 가를 때
고요한 바다에
비칠테니까
06. 태양물고기 (타이틀 곡)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춰
어기지 않은 약속
태양이 건네줬던 힘
태양물고기는 어떤 어종일까? 바로 개복치이다. (복?치?)
많은 이들은 개복치에 대하여 사소한 것에도 쉽게 죽어버리는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복치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성체가 된 개복치는 천적이 거의 없으며, 크기는 4m에 무게는 2톤까지도 자랄 수 있다. 또한 수면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다가 수심 약 840m의 심해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종은 빛을 내 어두운 바닷속을 비춰주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멘탈이 약한 사람을 개복치라고 부르지만 개복치는 그 어떤 해양생물보다 강하며 깊은 바닷속의 빛이 되어준다.
반짝여 세상을 비출 모든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어떤 누구의 얘기도
기꺼이 미소 짓도록
단단한 내가 되기를
하늘 담은 바다처럼
07. 코리올리 힘
구름 한 점 없으니 바람은 고사하고
‘비웠다’ 말하기엔 가져본 적 없는 걸
코리올리 힘은 전향력이라고도 하며, 회전하는 계에서 느껴지는 관성력을 말한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북쪽과 남쪽에서 출발한 물체는 서쪽으로 휘어지지만, 적도에서 출발한 물체는 동쪽 즉 새녘 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전향력이 작용함에 따라 애초에 의도한 바와는 다른 방향에 도착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향력은 태풍이 회전하는 방향에도 큰 영향을 준다. 멀리서 볼 때는 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폭풍을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노력들이 숨겨져 있다.
아아, 멈춰 끝내버리면 그만인데
갈망하던 길에 묶인 채 후회로 타버린 심장 속
아아, 이제 좀 잊어버리자 제발
뭐 익숙해지지도 않는 애닳음
중심이 고요해 날
돌게 만든 걸까 난
08. 라이프리뷰
무엇이 되기 위해 태어나 자라서
자란 김에 주어진 것들 사이에 피어나 버린 꽃
라이프리뷰란 죽기 직전에 순간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라이프리뷰는 곧 떠날 사람이 경험하는 현상이지만, 이 곡의 화자는 남겨진 사람이다. 어쩌면 화자는 떠날 사람의 주마등을 함께하며, 그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주마등은 종종 3인칭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화자는 그의 인생의 슬픔, 고난, 기쁨, 환희의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의 퍼즐을 맞춰나가고자 한다. 비어있던 마음이 채워질 때 비로소 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윤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곡을 썼다고 했지만, 나의 소중한 사람들 모두에게 대입시킬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순간이라도
당신을 위해 살아
누구도 그 이유이지 않은 오로지 그대로만
공식 설명은 이 곡이 "생과 사의 선택과 남겨진 이들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혀주고 있다. 나는 이 내용을 보고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과 남겨진 이들의 이해에 대한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09. 구름의 그림자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어디에든 있을테니
사라지는 것들에 슬퍼하지 마
너와 함께 있을테니
라이프리뷰가 남겨진 이들의 시점이었다면, 구름의 그림자는 떠나는 이의 시점을 다룬다.
구름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비가 되어 바다로 돌아가겠지만, 그럼에도 존재 자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구름의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 곁에 여전히 머물러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가 구름이 되어 다시 떠오를 때, 우리가 구름의 그림자를 기억하고 있다면 대지에 비친 구름의 그림자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너와 나 사이 누구든 기억하면
우린 함께 있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구름을 잊어버리는 날이 온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구름이 되어 유영하게 될지라도, 구름은 계속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영원히.
10. 새녘바람
천 번 일어서면 천 번 넘어졌던
빛을 내지 못 하던 날들이
이야기의 도약이 되어
새녘은 순우리말로 동쪽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녘바람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즉 동풍(東風)이라는 뜻이다.
이 곡을 듣는 내내 윤하가 살아온 날들이 눈앞을 스쳐가는 것만 같았다.
비록, 그 힘든 시기들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슬픔, 고난, 기쁨, 환희가 담긴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우릴 단단하게 묶은 모든 사건과 다짐을
We belong together
앞으로 우리 앞에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봄날의 햇살같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때로는 차가운 겨울 밤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연결돼 있기에 두려울 것 없다. 천 번 넘어져도 천 번 다시 일어날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곁에서 끝내 기다릴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새녘에 차가운 겨울 밤이 와도 견딜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겨울에도 꽃이 피고, 거센 파도에도 항해는 계속되듯 우리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새녘에 밤이 와도 견딜 우리
THE END, 그럼에도 소녀의 여정은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