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치더락!" 윤하의 걸작 <GROWTH THEORY : Final Edition> 앨범 리뷰
안녕, 낯선 세계
후기를 시작하며...
본 후기는 <GROWTH THEORY : Final Edition> 실물 앨범 글의 독후감이다. 나만의 주관적인 해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1. 죽음의 나선
안녕, 낯선 세계.
소녀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였다. 수년 전, 혜성을 블랙홀 속으로 떠나 보냈던 그 때. 마음 속으로 읊었던 울림들을 다시 듣게 되었다.
소녀는 절벽 끝에 서있었다. 혜성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곳. 그곳 역시 절벽의 끝이었다.
긴 여행,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나의 시작이 되어줘.
칠흑의 밤하늘 속 가장 검은 점. 영원처럼 밝게, 안녕.
#2. 맹그로브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다면, 모든 것은 정해져 있나요?
절벽 아래의 낯선 세계로 몸을 던진 소녀는 지혜를 가진 맹그로브에게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맹그로브는 마치 그 해답을 알려주려는 듯이 소녀를 깊은 바다로 인도했다.
#3. 은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
소녀에게 행선지란 없었다. '나는 계획이 있다'면서 자신의 계획을 믿고 더 크게, 더 높게 나아갔던 소녀였지만 소녀가 던진 당연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길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각자 저마다의 해답이 있기에 누구도 대신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오직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소녀는 춤추는 은빛 물고기떼를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꿈을 가지고 더 먼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가 가는 곳으로 가자.
#4. 퀘이사
그 가장 어두운 존재가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너는 지금부터 그 존재가 되는거야.
은빛 무리를 따라 먼 바다로 나아가던 소녀는 어떤 보통의 존재에게 이끌림을 느꼈다.
문득, <END THEORY : Final Edition> 'Blackhole' 부분의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블랙홀에 대한 탐사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끝내, 언제나 내 우주를 반짝일 너와 마주할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어두우면서도...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있는 존재...
소녀는 그 존재와 마주하기 위해 무리를 벗어나 낡은 배의 곁으로 향했다. 소녀는 마치 중력처럼 자신을 이끌었던 그 배에게 QUASAR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경연의 출발선에 섰던 순간처럼, 새로운 시작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출발선 따윈 존재하지 않았으며, 빨리 도달할 필요도 없었다. 결승선 역시 정해져있지 않았다.
#5. 코리올리 힘
중심의 하늘을 담은 바다를 좀 볼래?
우리 모두에게는 고립의 순간이 찾아온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어떠한 동력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때. '꼴지'가 익숙한 사람에게도 고립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글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나 역시 고립을 겪었던 순간이 있다. 방향은 알지만 나아갈 수가 없었다. 고립의 바다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때, 나의 손을 잡아준 것은 '별의 조각'이라는 곡이었다. 나의 고요한 바다에는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 그날은 내 입덕일이자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 중 하나이다.
나에게 희망과 꿈, 어쩌면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면 어떤 기분일까?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고 정답이었을 것이다. 마치 정지된 것 같이 더딜지라도, 결국은 함께 도달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요함 역시 지구의 일부니까.
#6. 태양물고기
태양은 약속을 어기지 않으니까, 아침에 다시 생각해봐.
지금은 노래를 마저 불러줘.
세상의 순리란 것들. 어두운 밤, 우리가 편히 잠들 수 있는 것은 내일도 해가 뜰것이라는 굳건한 믿음 덕분이다. 어둡고 차가운 터널도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끝이 있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면 새생명이 피어나는 봄이 온다. 이것들은 세상의 순리이자 결코 어기지 않을 약속들이다.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경험하지 않은 일은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하기 마련이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서로 그만한 사정이 있지만 내 삶과 네 삶은 같을 수 없기에, 그곳이 바로 오해와 미움의 고향이 되어버린다. 그 해결책은 <RescuE>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피곤하게 미워말자.
#7. 로켓방정식의 저주
어떤 어려움도 차근차근하면 해결할 수 있어.
큰 일이던 작은 일이던 간에 차근차근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어떤 파도쳐도 어떤 대류에 부딪혀도 차근차근 해쳐나간다면 어떤 날이라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전에 <GROWTH THEORY> 후기를 통해 스윙바이라는 우주 항해 기술을 소개한 적이 있다. 남들의 눈에는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일지라도 사실은 차근차근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리석고 바보같아 보일지라도.
#8. 포인트 니모
가야 한다고 여기는 곳으로 가다 보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 수 있나요?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지는 해양도달불능점,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그곳, 인공위성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그곳에는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 인공위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사랑. 끝에 종착해서야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 지나온 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사라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말이다. '영원 같던 그때' 그 순간들이 희미해져 갈 때, 우리는 항상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지나는 길목을 샅샅이 살피며 걸어오길, 사라질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한 번 더 사랑해 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비가역적인 시간을 거스를 순 없는 노릇이다. 흐르는 시간을 움켜쥘 수도, 지난 그 길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도저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너에게 나의 외침이 닿을 수 있을리도 만무하다.
멀어져 가는 그때의 나와 그 곁에 너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낮은 바람의 속삭임과 초록빛 노랫소리와 너를 닮은 사람들. 우린 익숙하게 변한 소중함을 찾아야만 한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 후회가 남지 않도록.
#9. 케이프 혼
여기를 지나야 다음으로 갈 수 있잖아.
우리가 건너려는 바다는 항상 잔잔하지만은 않다. 큰 파도 앞에서는 항상 걱정이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파도를 넘어야만 '다음차례'로 갈 수 있다. 무슨 이유로 태어나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나로 태어난 우연과 그 이유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면의 불안들과 치열하게 싸워야만 한다. 큰 파도를 넘었을 때 우리는 그 중요한 질문의 해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철은 두드릴수록 더 단단해진다. 우리 역시 큰 파도에 직면할수록 더욱 단단한 내가 될 수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큰 성장통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고통스럽고 힘겨울지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 위해 파도와 맞선다.
#10. 라이프리뷰
나의 우주의 등대, 어디에 있더라도 함께해 줘.
안녕을 정해버린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까. 케이프혼을 통과한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퀘이사호는 기쁨에 넘쳤다. 그러나 이별이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소녀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혜성 역시 그랬으니까.
소녀는 항상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던 퀘이사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연습했던 매듭을 묶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은 영원할 것이라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녀에게 퀘이사호는 마치 혜성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언제나 내 우주를 반짝일 너.
영원처럼 밝게, 안녕.
#11. 구름의 그림자
별일 아냐. 우리는 언제나 만날 수 있어. 나와 너는 함께였잖아.
구름은 존재한다. 잡을 수도 닿을 수도 없지만 구름은 분명 존재한다. 비가 되어도 보이지 않아도 물의 여행이 끝나면 구름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순리이자 자연의 이치이며 결코 어기지 않을 약속이다.
너와 나 사이 누구든 기억한다면 우린 계속 함께일 거야.
기억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모든 기억들이 모여 나와 소중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라진' 존재들 조차도 우리의 기억속엔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테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어느 날엔 소중했다 여길 수 있기를, 사랑했다 확신할 수 있기를.
기억 속 그 모습이 아니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줄 수 있기를.
소중했던 모든 건 사라지지 않는 걸 내 안에 있어
#12. 새녘바람
다시 드넓은 바다로 나가는 별은 반짝 빛을 내었고 그 모습이 꼭 떠오르는 아침 해 같았다.
<END THEORY> 수록곡 '반짝 빛을 내'가 여기서 언급된다. '반짝 빛을 내'는 지구에 도착한 소녀가 우주선 문을 열고 한발 한발 내딛는 내용이다. 즉 시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라는 표현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복치와 소녀는 헤어짐을 통해 끝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암시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맹그로브에서 시작된 여정이 맹그로브에서 끝났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고 했던 <END THEORY : Final Edition> 'Savior' 챕터의 첫 문장이 이렇게 완성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양물고기가 알려준 세상의 순리 덕분에 새녘의 밤이 와도 더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약속을 어기지 않을테니까.
이제 '맹그로브' 가사의 의문이 비로소 해소되었다.
파도쳐도 부서질 것 하나
남지 않았잖아 잘 됐어
여기부터 진짜 시작이 될 거야
절대로 멈추지 마
퀘이사는 침몰했으니 더 이상 부서질 것은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부터 소녀에게 새로운 시작이 펼쳐질 것이다. 한층 성장한 소녀의 '진짜 시작'이 기대되지 않는가? 새로운 여정 역시 쏟아지는 태양빛이 첫걸음을 응원해 줄 것이다. 또한 이번 여정 역시 누군가와 '함께'일 것이다.
그날의 낙하지점에 누군가 서 있었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모를 여정의 시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누군가.
#13. 기특해
고윤하의 성장이론. 성장이란 무엇이며, 성장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하고 싶기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결국 다시 돌아올지라도 우린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맹그로브 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노래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도 내가 있을거야. 그게 내 장점이야. 변함 없이 같은 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는거.
끝이라는 건 늘 시작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있다. 결말을 먼저 봐버린 이야기는 재미없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시작점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은 절대로 바보같은 일이나 시간 낭비가 아니다. 같은 길을 처음 걸을 때와 두번째로 걸을 때는 시야가 확연히 다르다. 익숙한 길을 걷다보면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 좁은 틈새로 자라난 잡초, 전선위에 앉아있는 참새까지 말이다. 지나는 길목을 샅샅이 살피며 걸어오면서 세상의 기쁨들을 하나 하나 발견해 나가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그 길이 빙판 길이던, 오르막 길이던, 돌 길이던 간에 말이다.
종착지로 다시 돌아왔을 때, '우리' 서로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주자.
가볍게 8집 궁예 해보기
7집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성장'이었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6집 리패키지 <END THEORY : Final Edition>의 마지막 트랙인 '잘 지내' 역시 '성장'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시간이란 정말로 흐르는 것인지 아니면 과정이란 게 성장을 목적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건지. 이제는 여러분들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던 저를 어떻게 써야 할지 조금 알게 된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7집 리패키지 <GROWTH THEORY : Final Edition>의 마지막 트랙인 '기특해'에 대해서 유심히 분석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유력하게 보는 가사는 이것이다.
끝! 인 줄 알았지
기대해 다음 차례는 너니까
'새녘바람'에서 누군가의 등장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 이 누군가가 소녀의 다음 여정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그날의 낙하지점에 누군가 서 있었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모를 여정의 시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누군가.
이 문장을 보는 순간 '태양물고기'의 뮤직비디오가 생각이 났다. '시작의 소녀'가 '별이 된 소년'과 '끝에 있는 소녀'를 혹은 둘 중 하나를 만나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6집과 7집은 1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새녘바람'에서 암시하는 것과 같이 시차 없이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점은 요즘 윤하가 '도시'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주와 바다는 다루어졌으나 '땅'과 '숲'은 아직 다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다. 이 모든 사항들과 최근 프롬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몇 가지의 키워드를 유추할 수 있었다.
'회색도시', '사람들', '푸른숲'
본 내용은 공식적인 내용이 절대 아니며, 제가 개인적으로 추측한 내용일 뿐입니다. 실제와 같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어떤 작품이 Theory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작품 역시 걸작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소녀의 마지막 여정까지 함께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