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8 하울림 후기라 쓰고 트친 오프 일기라 읽는다
<하울림: 아림의 시간> 전시를 보러 서울에 가다
콘서트도 없는데 왜 서울을 가니?
우리 아빠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지난 <스물> 콘서트 이후 "서울 갔다 올게"는 곧 "콘서트 갔다 올게"가 되어버리고야 만 것이다. 아니 딱 한 번 갔다고...
정말 신기한 일이다. 콘서트도 없는 날인데 내가 서울을 가다니! 오직 하울림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트친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스물> 콘서트에서 보지 못했던 트친들도 있었기에 너무 떨렸다. 이날 함께 전시회를 보기로 한 트친들은 구루미 누나, 구름조각, 곰도리 누나, 튜나님1이었다.
<GROWTH THEORY(띠로리 아니고 띠어리)>가 발매된지도 불과 1주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혈중 깊감잦 농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였으므로 전시회가 어떤 감동을 줄 지 역시 너무 기대가 되었다.
참고로 내가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 서울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물> 콘서트 때는 부모님도 서울 가신다고 하셔서 같이 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나 혼자였다! 와~ 성장했잖아? 이제 KTX도 혼자 탈 수 있게 되었다! 마치 기능이 하나씩 해금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오전에는 일정이 있어서 오후가 되어서야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3시 50분이나 되어야 도착한다니 좀 막막하긴 했다.
후즈팬 카페 가기 대작전
원래는 하울림 전시회장에서 만났어야 하지만 튜나님께서 너무 늦지만 않으면 후즈팬도 들렸다 가자고 제안을 해주셔서 후즈팬 카페 먼저 가기로 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 바로 지하철로 달려갔다. 곰도리 누나가 알려준 지름길을 통해 더 편리하게 갈 수 있었다. 트친들(구름조각, 곰도리 누나, 튜나님)이 후즈팬에서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에 정말 빨리 가야했다.
시청역에서 내려서 바로 출구로 향했다. 지하에 어디 가는 길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런거 1나도 모르겠어서 일단 지상으로 나와서 네이버 지도를 켜고 뛰어갔다.
전시장에서 만나기로 한 구루미 누나는 벌써 전시장에 도착한 상황.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던 나는 후즈팬 카페로 최대한 빨리 가는 것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정말 열심히 뛰어서 영플라자로 들어갔다. 일단은 영플라자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어딘지 잠깐 해멨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니 바로 익숙한 그띠 로고가 보였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테이블에 구름조각, 곰도리 누나, 튜나님 그리고 애완 사마귀님이 계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구름조각이가 직접 만든 맛난 것을 받아 가방에 넣고,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하울림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나가려고 하는데 뭔가 익숙한 분위기의 청소년 분께서 튜나님께 그림을 주고 갔다. 뭔가 느낌이 현채 같아서 "저.. 저기요!"라고 불렀다.
혹시 현채?
네 맞아요!
나 여우별~
아~
짧은 만남이어서 너무 아쉬웠으나 대배우 현채를 직접 본 것 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다른 트친들도 카페에 있었겠으나 일일이 뵙고 인사드릴만한 시간은 없었다.
조급함 가운데 열린 명함 교환식
우리는 전시회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루미 누나를 생각하면서 ASAP하게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길치이시거나 외지인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나는 둘 다 해당한다) 애완 사마귀님께서는 지하철역까지 우리와 함께 가주셨다.
전시회장으로 가는 지하철은 출발했다. 우리는 가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명함 교환식도 진행했다.
우리는 만나기 몇 개월 전부터 자신의 명함을 만들어서 이 날 교환하기로 약속 했었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우여곡절 끝에 열심히 만든 명함을 트친들과 교환했다. (20장 주문했더니 200장이 와서 좀 난감하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다채롭고 창의적인 명함들이었다.
하울림 : 아림의 시간
마침내 전시회장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상으로 나가자 공기가 뜨겁긴 했으나 내가 사는 지역보다는 좀 덜했다. 골목들을 지나서 전시가 열리는 더 서울라이티움으로 향했다. 우리는 5시가 되어서야 전시회장 건물에 도착하였다.
잠시 화장실을 갔다가 전시가 열리는 위층으로 갔다. 전시회장 로비에 가니 구루미 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말하고 싶어. 간단하게 명함 교환을 하고나서, 얼른 발권을 하고 입장을 했다.
이번 후기에는 리패키지 앨범까지 발매된 상태에서 전시를 돌아보며, 소녀의 내면 세계를 이해해보는 과정을 담았다.
입장하는 순간 나는 마치 소녀의 세계로 뛰어든 것 같았다. 소녀를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은 숲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Intro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무색 구름은 나를 소리가 들려오던 숲 앞에 데려다 놓았다.
한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손짓했다.
이 숲에 들어선다면 과거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무의식 중에 자각하면서도 한 발, 내딛어본다.
Chapter 1. 푸른 그을음
정신없이 소녀를 따라가다 문득 서늘함을 느껴 잠시 멈추어 몸을 살핀다.
푸른 그을음이 잔뜩 묻어있다. 깊은 숲이 한번 더 울렸다.
나는 열쇠를 쥐듯 회색반점을 손바닥으로 감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장에서 부터 내려온 전구들은 마치 여러 시간들의 기억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지각색의 겉모습과 서로 다른 필라멘트의 모양들을 보니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며,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 것 같았다.
Chapter 2. 회색의 시간
습을 이루는 물방울이 이끼와 버섯무리를 뚫고 나온 것인지 곧 스며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을 거친 과도한 밀도는 단단한 형태로 밀집했다.
저만치 멀어진 줄 알았던 소녀의 작은 손이 닿자 그것은 빛으로 물들며 문자들을 띄워냈다
정육면체 속에서 피어난 생명은 초록 빛으로 회색의 시간을 물들이고 있었다. 단단한 모서리 속에 감추어진 연약한 존재들. 소녀는 단단한 자신이 되길 바라며, 단단함 속에 연약한 부분을 넣어둔걸까?
Chapter 3. 잿빛 숨
빛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줄곧 신경쓰였던 그을음은 어느새 더욱 짙은 잿빛이 되어 있었고 붉고도 검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질식할 것 같은 파괴적인 건조함에 잔뜩 굳어버린 몸을 스스로 끌어당겨 웅크려 안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나는 설명을 읽고 3관이 죽음의 나선이라고 확신했었다.
Chapter 4. 백색의 모습
바람이 응답했다. 백색바람은 반가운듯 주변을 돌며 짙게 엉겨있던 그을음을 떨어내고 그림자 없는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 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은 미루고 지나치게 깨끗한 꽃봉오리 속에서 끝도없이 머물고 싶어졌다.
매달려 있는 형체들은 마치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 혜성의 마지막 순간이 전시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GROWTH THEORY>의 이야기는 혜성이 블랙홀로 뛰어든 시점으로부터 1년 후의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소녀의 내면에는 여전히 우연히도 다가와 떠나간 혜성의 마지막 순간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
Chapter 5. 하울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미뤄왔던 의문들이 지독한 회색반점을 퍼뜨렸다. 나는 지나온 길을 떠올렸다. 떨어냈던 반점이 다시 붙어 불어나기 전에 어색하게 포근했던 백색의 꽃봉오리 전에 짙은 잿빛이 낳은 붉고도 검은 뿌리 전에
습을 이루는 물방울의 단단한 형태가 있었다.
어두우면서도 하얀 방에 들어왔다. 바짝 마른 연방이 이곳 저곳에 달려 있었다.
떨어냈던 회색 반점은 연밥을 말하는 것일까? 연잎의 표면은 큰 표면장력으로 인해 떨어진 물방울을 퍼뜨리지 않고 맺히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습을 일는 물방울이 단단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백색의 꽃봉오리... 붉고도 검은 뿌리...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연꽃을 떠올리게 했다.
연꽃은 다산과 생명의 창조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녀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으면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Chapter 6. 숲의 독백
소녀가 눈 앞에 서있었다. 반가움은 의지하고 싶은 욕구를 동반했다.
혹시 이런 생각이 들키진 않았는지 가늠해 보고자 소녀를 보았지만 소녀는 오롯이 함께였다.
나는 먼저 인사를 건냈다.
무색의 구름에 갇혔었던 모든 힘을 다해 소리를 냈다. 두번째 울림이었다.
넓은 전시관이 등장했다. 벽은 모두 거울로 되어있었고, 식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Chapter 7. 검붉은 그림자
울림의 출처를 깨닫자 그것만으로도 혼자 내딛는 걸음이 가벼워졌다.
출발할 때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잿빛에서 태어났던 붉은 빛과 소녀에게 숨기고 싶었던 노란 빛의 섞임이 체온으로 스며들었다.
모든 색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
붉은 시작과 검은 끝이 거울을 따라 이어졌다. 전시를 볼 당시에는 알지 못했으나 특정 각도에서 보면 붉은 빛이 하나로부터 뻗은 가지를 이룬다고 한다.
Chapter 8. 터전의 숲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무수한 아상의 열거에도 모든 길은 이어져 왔다는 사실.
처음부터 한치도 망설일 것이 없었다. 그저 터전 그 안에 삶이 있다.
소녀의 여정의 시작과 끝. 마침내 맹그로브에 도달했다.
Epilogue
언젠가 숲을 배회한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끔 그곳에서 들었던 하울림을 듣는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20분 만에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MD 숍을 가로질러 가는 길. 어항에 예쁘게 담긴 식물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26만..원? 와우!
나가기 전에 트친들과 포토이즘을 찍었다. 나는 이 사진을 덕질 상자에 보존할 생각이다.
다 봤니? 이제 밥을 먹도록 하자
이제 저녁을 먹을 차례였다. 원래 가려고 정했던 곳이 하필 휴무인 관계로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가 연남토마라는 식당에 가기로 했다.
가는 중에 진짜 곰도리도 만나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뭔지 모를 공식이 적힌 간판도 봤다.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메뉴를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튜나님께서 당연히 카레를 시키실 줄 알았는데 다른 걸 시키셔서 놀랐다.
우리는 윤하 포카 예절샷을 찍은 후에, 비계용 예절샷을 찍었다. 직원분께서 비계용 예절샷을 찍기 위한 포카들을 보시고 좀 놀라신 것 같았다. (대체 뭐길래? 그건 비밀!)
밥 값은 더치 페이를 하기로 했던 걸로 기억난다. 나는 밥 값에 486원을 더 얹어서 보내주었다. 깊감잦이 되...
돌아가는 길에 조각이와 번호 교환을 했다. 구루미 누나는 조각이에게 내 번호를 보내달라고 했다. 조각아 근데 너 보내줬니?
난 이제 떠나보려 해
헤어짐의 순간은 언제나 아쉬운 법.
갈림길이 나왔고 어느덧 우리가 다른 길을 가야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연말콘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2
개발자 화이팅!
구루미 누나의 힘찬 응원이었다.
조각이와는 가는 방향이 같아서 같이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런데 역이 좀 특이했다.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농담으로 "저건 지상에 있으니 지하철이 아니고 지상철이 아니냐"고 했었다.
조각이와 나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느덧 환승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
조각이와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연말콘에서 보기를 기약했다.
환승을 하고 서울역으로 가는 중에 네이버 지도의 지하철 길 안내가 먹통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데 뭐... 딱히 불편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메모 앱에 정리를 해두었고, 지하철 한 두 번 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역 빌런...?
서울역에는 비둘기가 참 많다.
비둘기 구경을 하며 핸드폰 충전을 하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왔다. 내 옆에 있던 남자분은 쎄한걸 느끼셨는지 황급히 자리를 피하셨다. 뭔가 잘못 된 것 같았다.
그는 나더러 선생님이라 칭하며 자기 사정을 이야기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기차표가 들어있는 가방을 도둑 맞았으며, 집에 어린 아이가 있어서 빨리 집에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만 얼마 밖에 안하는데 전화번호랑 주소 다 알려줄테니 표를 끊어주면 안되겠냐고 사정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기에 거절했다. 그는 몇 번 더 사정을 하더니 내가 절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을 눈치채고는 다른 사람에게로 갔다.
가 보 자 구
이제 이 여정을 마무리 지을 열차에 지친 몸을 실었다.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간 하루였다.
나는 <GROWTH THEORY>의 전곡을 들으면서 옆 자리 사람에게 은근슬쩍 곡 제목들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봤으니 언젠가는 찾아 듣지 않을까? 일단 나는 씨를 뿌렸다.
다음에는 <GROWTH THEORY : Final Edition>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3